하루한권 2016. 11. 24. 23:19

1.노란색
노란색을 좋아한다. 언젠가 어디서 읽었는데-읽은 건지 그저 잡스런 심리테스트 한건지- 원색을 좋아하면 정신질환이라고 했던가. 뭐 그렇게 써 있던 문구를 어디선가 봤는데, 그 경우에 해당하는 건진 알수 없으므로. 정신질환의 정의 부터가 애매하니까. 일단 패스. 어쨋든 난 노란색이 좋았다. 셔츠를 사도 노란색, 하늘색 등 원색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조금은 원색을 고르는데 있어서, 망설임이 생기는 거 같기도 하다.

요즘은, 어딜가나, 아니면 내가 주로 가는 곳이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가로수가 은행나무가 많고, 흐드러지게 널려 있는 노린은행나무잎을 보고 있자면, 노란티셔츠 입은 모습을 유독 좋아했던, 항시 잘어울린다 했던 n이 생각난다.

추억은, 기억은, 문득 문득 생각나니까 기억이고, 추억이고 감상이지만, 추억의 연결고리가 많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족쇄가 된다.

노란은행잎을 보면서 뇌리속에 스쳐 지나간 그 기억이 계속 아른 거리기 시작하면, 귀가길에 맥주한캔 사게 되고, 맥주 한모금 훌쩍이면서 회상속으로 쏙!!

2. 자국
차가 주차해 있던 곳만 빼고선 수북히 은행잎 쌓여 있는데, 은행잎 떨어질동안 은행잎 쌓이지 않게 그렇게 그 자리에 묵직히 자리하던 차가 떠난 뒤에는 그 자리 참,

이젠, 쌓이겠구나. 은행잎 많이.

3. 삼천
집 오는 길엔 순대집도 떡볶이집도 김밥집도, 시장도 있는데 오늘은 순대가 먹고 싶어 순대 일인분 시켰다. 앞에 있던 남자는 떡뽁이, 튀김 각 일인분에 김밥 한줄 포장해가던데..

떡뽁이 국물을 뿌려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찰라에, 순대 포장이 비닐포장압축기로 가기에, 그저 소금에나 찍어먹어야지 하며, 얼마인지 물았더니..

"산천"

응??
삼천인지 사천인지 산천인지,, 재차 물었더니, 아줌마가 손가락 세개 들고 보여준다.


'삼천원, 아, 외국인이구나..', 그리곤, "감사합니다" 하는데, 이 발음은 참 한국인 발음이었다. 흠, 대게 떡볶이, 순대집은 주인이 직접 하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던거 같은데,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만나서 어리둥절했다. 아! 외국인 며느리인가??

4. 클라우드
클라우드 나오기 전에는 카프리 주로 마셨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집 들어오는 길에 카프리에 포키칩 먹었었다.

순대 한봉지 사들고, 콜라 살까 맥주 살까 고민하며 냉장고를 보는데, 카프리 1,700원 클라우드 2,000원. 그리고 순대 사고 남은 잔돈 2,000원.

가끔 선택은 그저 퍼즐 맞추기 처럼 아귀가 딱 맞는 걸 고르는 것!

클라우드 샀다.

5. 노트북
6년전에 산 내 노트북은 한손으로 들자면 손목이 꺽일 수도 있겠다 싶은 무게인데.. 최근 업무용으로 구입한 노트북은 내 손목을 무지 튼튼해 보이게 한다.
그 까이거 노트북쯤이야, 이 한 손으로 획 들어주지!

6. 감기
목욜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다. 감기는 감기고, 먹고 사는 건 또 먹고 살아야 하는 거니까. 미리 정해진 스케줄데로 손님을 맞이하고 거래처를 방문하고, 정해진 미팅을 순서데로 처리하곤, 토요일을 맞이했는데, 골골데는 거다.

이럴때 필요한건 잠이지.. 푹자고, 먹고, 또 푹 잤다. 덕분에 광화문은 못갔지만, 마음만은 광화문에.. 전인권 라이브 애국가를 광화문서 떼창에 이 한 목청 보탰어야 하는데,,

뭐, 그래도 저번주 "하야하라 박근혜" 떼창으로 주문은 외웠으니까.

7. 바나나 그리고 무화과
지하철역을 나오면 항상 과일노점이 있다. 대게 사과, 귤을 살때면 큰 실패 없이 가성비 보통은 했었는데, 감기기운에 골골데다 보니 밥도 먹기 귀찮고 눈앞에 보이는 바나나 떨이 2,000원에 눈길이 갔다. 바나나 사고, 오천원 내고 3,000원 받는데, 무화과 떨이 3,000원도 눈길이 갔다. 두개 다 샀다.

역시, 떨이는 바나나나 사야하는 거였다. 무화과는 큰 밤사이즈 서른개쯤 든거 같은데, 열개 대충 까먹고 다 버렸다. 최하급 주워온듯. 다신  거기 안사야지 다짐했지만, 과연.

거긴 너무 자리가 좋아.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

16.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