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낙서/추억

[끄적임] 추억, 행복

하루한권 2013. 2. 6. 16:55

 

 

 

추억

 

 
Photo by GGogi / 2003

 

흔히들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남는다고 하는데,
나도 벌써 30초반이다 보니, 나에게서 어떤 흔적을 찾고 또 그 흔적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마주 앉아 나를 바라 보며 갸름해 보고 있는 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 지곤 한다.
 
과연 나는 어떻게 보여 질까?

더할 나위 없이 당당했으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든다. 

그 측은함이 내가 살아온 인생의 전체인지, 아니면 내 삶의 지금 현재를 있게 한 결정적인 어떤 판단, 그 순간에 대한 것인지 확언할 수도, 검증 할 수도 없지만,

그 한 순간을 꼽으라면, 나는 어떤 순간을 꼽을까?

아마도 마지막 통화, 내 삶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차지 했고, 내 인격, 가치관 형성에도 오랜 영향을 끼쳤던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졸음 운전 했구나."

말을 하기 전에 어떤 사람은 생각을 꽤 많이 한 후에 그에 맞는 답변만을 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생각과 동시에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나는 어쩌면 후자의 경우인 듯 하다. 아니 어쩌면 이 아니라 난 그냥 후자의 경우이다.

가끔, 정말 가끔, 이를 고쳐보려고 생각한 말만 해야지 하고 되뇌기도 하지만 생각처럼 싶지는 않다.

어느 순간 쓸데 없는 말, 혹은 조금 전에 이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던 그 말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내뱉은, 내가 책임 져야 하는 그 말.
올드보이 최민식이 혀를 뽑아 버렸던, 그런 결말을 가져 왔던 그 말.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
그 생각 없는 그냥 내 뱉은 말이 나에게는 텅빈 공허함을 지금 가져다 줬지만, 그녀에게는 행복을 가져다 줬으리라.

 

 

 

행복

 

Photo by GGogi / 2003

 

행복이란 뭘까?

 

위만 바라보면 안 된다. 만족하고 욕심을 버려라.
아래만 바라보면 안 된다. 안주하지 말고 욕심을 가져라.

오늘도, 이런 저런 그냥 대화 속에서 명예퇴직,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에 친구에게 말했다. 물론 깊이 생각해 보고 이 말을 해야지 하고서 한 말은 아니다.

"야, 내가 생각하는, 이제껏 그려왔던 내 꿈이, 어쨌든 내가 혼자 살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내가 만나게 될 배우자에 따라서 내 꿈은 달라 질 텐데, 그렇다면 일단 같이 살고 싶은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배우자를 먼저 만나야 하지 않을까?"
"그런 다음에야, 내 배우자의 생각, 가치관에 따라서 내 꿈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그녀가 정말 욕심이 많고 권력, 부, 등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어 한다면, 내 꿈도 그와 비슷할 것이고, 그 반대라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친구의 대답은 단호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맞다.
언제나 친구는 자신의 꿈이 중요하다고 말해 왔다. 만나던 아이의 꿈이, 의존적이라고 헤어진 적도 있으니깐. 그 아이의 외모는 항상 이야기 하던, 이상형에 가까웠지만 결국은, 내면의 어긋남이 그를 다시금 새로운 사람을 찾게 했으니깐.

그의 대답.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그게 당연해져 가고, 그렇게 조만간 서로의 가정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그런 나이.

내 얼굴의 주름, 아주 가까이 보지 않아도 보이는 가느다란 주름 정도는, 그 생성에 대해서 연유를 알 수 있는, 아니 알고 책임져야 할 그런 나이, 추억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추억.
그런 거지 뭐.

행복 같은 거.
그런 거.

 

Gary / Feb., 2013.